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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신기로 250에 위치한 문경 구 쌍용양회 공장은 1957년 9월 준공되어 2018년까지 운영된 남한의 두 번째 시멘트 공장이자, 운크라(UNKRA, 국제연합한국재건단)의 지원으로 건설된 대표적인 전후복구 유산이다. 공장이 위치한 신기리 일대는 이미 1930년대 일본의 오노다(小野田) 시멘트가 석회석 광산과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멘트 공장 건설이 준비되었던 지역이었다. 당시 일본계 시멘트 회사들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 만주의 도시 건설과 전쟁 관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 내 신규 시멘트 공장 건설을 추진하였으며, 문경 역시 이러한 계획 속에서 예비된 부지 중 하나였다. 실제로 오노다 시멘트는 1933년 문경군 호계면 대탄전리에서 호서남면 창리 일대의 석회석 매장량을 조사하고 제3공장 건설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1937년 자금조정법 시행 이후 문경과 삼척의 시멘트 공장 건설 인허가가 철회되면서 계획은 중단되었다. 이후 해당 부지는 해방까지 오노다 시멘트 소유로 남아 있었으며, 해방 이후 적산 처리되어 국유화되었다.
일제강점기 주요 시멘트 공장들이 대부분 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방 이후 남한은 심각한 시멘트 부족 문제를 겪게 되었다. 미군정기에는 북한 생산 시멘트를 일부 공급받기도 하였으나, 한국전쟁 이후 이러한 공급은 중단되었고 남한 내 유일한 시멘트 공장이었던 삼척 시멘트 공장마저 전쟁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후 복구 초기 시멘트 생산의 확보는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였다.
운크라는 초기 복구 과정에서 남아프리카산 흙벽돌 제조기를 도입하여 임시 주택 건설에 활용하기도 하였으나, 본격적인 사회간접자본 복구와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시멘트 생산 확대가 필수적이었다. 이에 운크라는 1952년부터 한국 시멘트 프로그램(Korea National Cement Program)을 추진하였고, 1953년 미국의 엔지니어링·지질조사 회사 KTAM(Knappen-Tippetts-Abbett-McCarthy)에 의뢰하여 부지 조사와 지질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삼척 공장의 복구와 함께 문경 지역에 신규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결정되었다. 신규 부지는 문경과 단양이 경쟁하였으나, 석탄 수급과 부지 확보의 유리함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문경이 선정되었다.

문경군 신기리로 공장 부지가 확정된 이후 본격적인 건설 업체 선정이 이루어졌다. 1954년 6월 운크라는 국제 입찰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덴마크의 엔지니어링 회사 F.L. Smidth가 공장 건설 업체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 12월 계약 체결을 위해 내한한 스미스사 관계자들은 신기리 부지를 직접 조사한 뒤 생산 공정을 기존 건식 방식에서 습식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변경의 이유로는 한국 여름철의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 공정 단순화를 통한 공사비 및 전력 사용 감소, 선광 과정에서 필요한 용수 확보의 유리함, 그리고 분진 발생 감소를 통한 인근 농작물 피해 최소화 등이 제시되었다.
공정 방식 변경 이후 1955년 11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었다. 공사에는 운크라 파견 기술자 4명과 스미스사 기술자 9명이 참여하였으며, 약 900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동원되었다. 국내 건설사로는 삼환건설, 대림건설, 전일기업(이후 풍림산업), 동흥공작소, 조흥토건 등 총 5개 업체가 참여하였다. 또한 슬러리 사일로 시공 과정에서는 국내 최초로 슬라이딩 폼(Sliding Form) 공법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56년에는 「경제재건과 재정안정계획에 관한 합동경제위원회 협약」에 따라 민영화가 추진되었고, 대한양회가 단독 입찰을 통해 운영권을 확보하였다. 이후 1957년 9월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개최되었으며, 대한양회에 운영권이 이관되면서 본격적인 공장 가동이 시작되었다.
1957년 9월 대한양회의 공장 운영이 시작된 이후 국내 시멘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공장 증설이 추진되었다. 대한양회는 준공 2년만인 1959년 9월 국제협력처(ICA) 차관을 지원받아 스미스사의 주도로 10만 톤 규모의 제3킬른 건설에 착수하였으며, 이는 1961년 1월 준공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사무실, 교육장, 토건반 사무실 등 공장 부대시설이 함께 확충되었고, 제1변전실 건설을 통해 주변 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도 이루어졌다. 제3킬른 준공 이후 공장은 연간 약 16만 톤의 시멘트를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국내 시멘트 산업 전반의 생산 능력 확대가 이루어졌고, 대한양회 역시 이에 대응하여 1967년 10월 제4킬른 건설을 시작하였다. 제4킬른은 1968년 준공되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3만 톤의 추가 생산 능력이 확보되면서 총 생산량은 49만 톤 규모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후 대한양회는 과도한 부채로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1975년 쌍용양회에 인수되며 흡수합병되었다.
1975년 대한양회가 쌍용양회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문경 시멘트 공장의 운영 주체 역시 쌍용양회로 변경되었다. 쌍용양회는 생산량 확대와 품질 개선을 위해 문경 시멘트공장의 연료를 석탄에서 벙커C유로 전환하고, 플로테이션 공정을 중단하는 한편 집진설비를 설치하는 등 공장의 현대화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설비 개선을 통해 문경공장의 생산량은 1979년 기존 48만 톤에서 61만 톤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1980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건축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서 문경공장의 가동률은 40~50%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이후 1983년부터는 열효율이 낮은 클링커 생산 공정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고 시멘트 분쇄 공정 중심으로 운영 방식이 전환되었다. 또한 기존 3기의 킬른 가운데 1기만 가동하는 축소 생산 체계가 이루어졌다.
생산 축소 이후 쌍용양회는 특수시멘트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1992년 5월 문경공장에는 특수시멘트 전용 설비가 준공되었으며, 초속경 시멘트 생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98년 쌍용그룹의 워크아웃 이후 시설이 노후화된 문경공장은 영월공장에 밀려 보조 생산기지로 재편되었고,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결국 지속적인 생산 축소와 경영 악화 속에서 2018년 공장 운영이 중단되었다.
2017년 문경공장의 운영 중단이 가시화되자, 문경시는 「근대화 산업유산 지속가능 이용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같은 해 6월 문경 시멘트공장을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한 달 뒤인 7월, 아직 가동 중인 시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쌍용양회 측이 지정 철회를 요청하면서 산업유산 지정은 취소되었다.
2018년 공장 운영이 중단된 이후에는 기존 본사 사무실 건물을 개조하여 문경 도시재생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국토교통부 지원 아래 「UNKRA 팩토리아 사업」 도시재생사업(경제기반형)이 추진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문경시가 공장 부지와 시설 일체를 매입하였다. 현재 공장 부지는 영상 및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석회석 분쇄 공정 부지에 실내 촬영 스튜디오가 새롭게 조성되었다.

시멘트 생산 과정은 원료 분쇄와 혼합, 소성, 시멘트 가공 및 출하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석회석을 분쇄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점토·철광석·규석 등을 혼합하여 원료를 제조한다. 이후 원료는 킬른(kiln)에서 고온으로 소성되어 클링커(clinker)가 되며, 여기에 석고를 첨가하여 분쇄함으로써 시멘트가 생산된다. 완성된 시멘트는 저장과 포장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출하된다.
문경 舊 쌍용양회 시멘트공장은 이러한 생산 공정에 대응하여 분쇄시설, 저장시설, 원료공정시설, 소성공정시설, 가공시설, 출하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설은 공정의 흐름과 연계성을 고려하여 배치되었으며, 원료 처리부터 최종 제품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생산시설 외에도 전력 공급시설, 철도, 정수장과 같은 기반시설과 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이 함께 조성되어 하나의 산업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

로터리 킬른은 슬러리 상태의 원료를 고온으로 가열하여 클링커(clinker)라는 중간 생산물을 만드는 설비이다. 원료는 먼저 예열기를 통해 고온의 열풍으로 가열된 뒤, 킬른 내부에서 약 1,450도의 고온으로 소성되며 클링커로 변환된다. 이후 생성된 클링커는 냉각장치(cooler)를 통해 급속 냉각된 후, 컨베이어 설비를 거쳐 클링커 저장창고로 운반된다.
문경공장의 킬른은 외부 기어와 모터에 의해 천천히 회전하는 구조로, 약 10도 기울어진 원통 내부에서 원료가 중력과 회전에 따라 이동하며 소성 과정이 이루어졌다. 킬른의 규모는 직경 3.15m, 길이 123m(쿨러 포함 약 130m)에 달하며, 분당 1~2회 속도로 24시간 연속 운전되었다.
1957년 준공 당시에는 2기의 킬른이 설치되었으며, 1961년 제1차 증설 과정에서 3호기, 1968년 제2차 증설 과정에서 4호기가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 1~3호기는 덴마크 F.L. Smidth사에서 제작되었고, 4호기는 일본 히타치(Hitachi)에서 제작되어 쿨러 부분의 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경 시멘트공장의 특징은 습식 공정을 채택하면서 형성된 티구나(thickener), 슬러리 사일로(slurry silo), 슬러리 베이신(slurry basin)과 같은 시설들에서 잘 드러난다. 습식 공정은 원료 성분을 균질하게 혼합할 수 있어 시멘트 품질 향상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분 제거 과정에서 많은 연료가 소모되어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슬러리의 저장과 교반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특징도 있다.
원료밀(raw mill)에서 분쇄된 석회석과 점토·철광석·규석 등의 부원료는 물과 혼합되어 슬러리 상태가 된다. 이후 슬러리는 티구나를 거치며 알칼리 성분이 제거되고 농축된 뒤 슬러리 사일로에 저장된다. 저장된 슬러리는 응고를 방지하기 위해 슬러리 베이신으로 이동되며, 이곳에서 지속적인 교반이 이루어졌다.
티구나는 1997년 고가수조 설치 과정에서 멸실되었으나, 슬러리 사일로와 세 개의 슬러리 베이신은 현재까지 남아 있다.


현재 문경 시멘트공장에는 총 64개 동의 건축물과 18개소의 기반시설이 남아 있다. 건축물은 저장시설, 원료공정시설, 소성공정시설, 가공시설, 마무리공정시설 및 기타 부속시설로 구성되며, 분쇄시설은 철거되었지만 대부분의 생산시설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기반시설로는 정수장, 철도, 담장, 출입구, 기념비 등이 남아 있으며, 이는 공장 운영을 위해 구축된 산업 기반의 흔적을 보여준다.
문경 시멘트공장은 1961년 제1차 증설과 1968년 제2차 증설을 거치며 생산시설이 확대되었다. 제1차 증설 과정에서는 킬른 제3호기와 함께 스모크 챔버, 굴뚝, 콜 밀 등이 추가되었으며, 제2차 증설에서는 킬른 제4호기가 설치되었다. 이후 1990년대 특수시멘트 생산 체계가 도입되면서 일부 시설의 기능과 배치가 변화하였으나, 1957년 준공 당시의 핵심 생산시설 상당수는 현재까지 남아 있다. 원료밀, 슬러리 사일로와 슬러리 베이신, 로터리 킬른과 스모크 챔버, 시멘트 밀과 시멘트 사일로 등 주요 설비뿐 아니라, 각 공정을 연결하는 컨베이어 시스템과 발전실·변전실·정수장 같은 기반시설 역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연료 반입과 제품 출하를 위해 사용되었던 철도 선로도 남아 있어 시멘트 생산 시스템 전체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채석장에서 공장으로 석회석을 운반하던 광차 선로는 1980년대 채광 중단 이후 멸실되었다.
현재 문경 시멘트공장은 경상북도 우수건축자산 등록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촬영장 중심의 제한적인 활용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공장은 1957년 운크라의 지원으로 건설된 대표적인 전후복구 유산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습식 공정의 생산 시스템이 남아 있는 시멘트 공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전후 복구와 1960~7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핵심 건축 재료였던 시멘트를 생산하였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사적 가치 역시 크다. 특히 생산 공정 전반에 해당하는 시설과 기반체계가 함께 남아 있다는 점에서, 문경 시멘트공장은 개별 건축물 차원을 넘어 산업 생산 시스템 전체와 그 경관을 보여주는 산업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시멘트 산업은 쇠퇴산업이 되었지만, 문경 시멘트공장이 지닌 역사적·기술적·경관적 가치는 앞으로의 시간을 이어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

UNKRA. (1954). KTAM-UNKRA Reports, FY 1953, Studies on Korean National Cement Program.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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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열, 이연경. (2025). 전후복구기 문경시멘트공장의 설립과 주변 지역의 변화.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서울.
임정원, & 이연경 (2024). 산업유산으로서의 문경 시멘트공장의 가치에 관한 고찰 -시멘트 생산 공정을 중심으로-.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시멘트, 공장, 산업유산, 문경, 전후복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부교수
서울특별시 국가유산위원회 건축분과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 및 전문위원 역임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수상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건축학 석·박사
19세기 말 이후 서울과 인천, 울산을 비롯한 동아시아 도시와 건축의 근대화·산업화 과정을 연구해 왔다. 도시민의 일상생활과 도시환경의 변화, 근현대 건축 및 산업유산의 형성과 보존, 유산화 과정에 주목하며 건축역사 연구의 범위를 도시사와 사회문화사로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 공저 『인천, 100년의 시간을 걷다』와 『근대의 기억, 산업유산』 등이 있으며, 『서울, 권력 도시』를 공동 번역하였다.